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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여행] 파리 노트르담 성당

왼쪽과 뒤쪽에 숨은 보석을 담다

노트르담 성당 스케치

몇해 전 5월 연휴, 스케치북과 펜 하나만 들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봉피나스, 에타르타, 몽생미쉘, 지르베니 ‘모네의 정원’까지 파리 근교의 아름다운 곳을 돌며 이 나라가 가진 풍족한 자연 걸작을 손으로 고이고이 그렸다. 파리 시내에서는 여행객이면 다 간다는 베르사유 궁전과 몽마르트 언덕, 샹젤리제 거리는 접어두고 공원에 앉아 에펠탑을 그리고 파리의 정경을 손으로 담아냈다.

그 중의 베스트는 바로 노트르담 성당이었다.(*2019년 4월 15일 화재가 나 첨탑 등 상당부분이 소실되었다) 빅토르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성당으로 시테 섬에 위치해 있다. 1163년에 착공해 170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단순미와 장중함을 뿜어내는 고딕양식의 걸작으로 불린다.
이 건축물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반드시 성당의 왼쪽과 뒤쪽을 구경해야 한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함께 모범생처럼 반듯한 모습을 한 성당의 정면은 성스러운 수도승의 모습을 닮아 있다. 하지만 성당 왼쪽의 조각은 연꽃이 만개한 듯 아름다워 화려함을 좋아했던 어느 왕비의 모습과 닮았다. 그 화려함에 눈을 떼지 못하고 놀란 표정으로 뒤로 향하면, 이번에는 유럽 제국을 통일한 통치자의 권위가 느껴지는 웅장한 기둥들이 성당을 지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큰 활처럼 생긴 이 기둥은 아름다운 성당을 보호하는 기사들의 모습 같다.

시떼 섬을 둘러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고 걷다보면 거리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시간에 쫓겨 성당 앞에서 사진만 찍고 온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가서 이 건축물의 옆과 뒤에 숨겨 놓은 진짜 모습을 꼭 보길 바란다. 당신이 관광객에서 파리지앵으로 변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성당만큼 유명한 노트르담의 꼽추는 건물 오른쪽 모퉁이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말 그가 거기에 조각상으로 있을 줄은 몰랐다.

파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현대의 편리함과 거대함 속에서 옛것의 아름다움을 지켜낼 줄 아는 이 도시의 문화의식이 부러웠다. 다 담아 내지 못한 이 도시의 아름다움은 다음 스케치여행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그림, 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